선택받지 못한 시안들

중국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하면서 아쉽게도 선택받지 못한 시안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우리 맘에는 들지만 클라이언트가 선택하지 않는 경우는 이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아주 많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유독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이런 경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거나
둘째,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을 때 이런 난처한 상황에 부딛힙니다.

 

 

 

 

예쁘게, 멋있게 해 달라는 여성 대표님의 막연한 요구에 적중시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요구는 디자인을 의뢰하는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며,
그런 막연한 형용사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을 듣게 되면 일단 머리를 쥐어짜게 됩니다.
그러한 이유로 의뢰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여러 자료를 준비하여 보여주며
구체적으로 어느쪽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많이 필요합니다.
의뢰인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을 하지 못하더라도
자료를 통한 심리분석과 상황파악으로
의뢰인의 무의식중에 숨어있는 희망사항이 무엇인지 끄집어내 주는 것도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의 프로다운 면모이지만,
클라이언트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남의 마음을 디자이너가 알아차리기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국내의 클라이언트도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특히 이 건은 해외 프로젝트인 만큼 그저 서로의 취향 차이를 넘어 문화적 차이와 공감부족을 많이 느끼게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제안한 시안들이 중국의 느낌을 살리면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의 트렌디함을 담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아이덴티티 작업의 경우는
의로인 자체가 스스로가 어떤지 사람(회사 혹은 브랜드)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향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는 스스로가 정하는 부분이 큽니다.
디자이너는 내(회사)가 누구인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옷을 입혀주는 사람일 뿐
나(회사) 자체를 정해줄 순 없습니다.
즉 원하는 자기 캐릭터에 대해 분명해야 합니다.
붉으면서 푸르렀으면 좋겠다고 하면 죽도 밥도 안됩니다.
붉어야하는지 푸르러야하는지에대해 어느정도는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회사)였으면 좋겠다고 해도 안됩니다.
그것 또한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것이므로 자기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차이와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하며
우리의 부족한 점이 무엇이며, 같은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기 위한
많은 반성과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 또한 우리가 보다 더 단단해 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디자인포엠 또한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더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